어떻게 좋은 사람을 알아보나요?
한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면접에서 반드시 잡아야 하는 사람과, 채용해서는 안 될 사람을 알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면접의 질문들’ 북토크나 강연, 그리고 커피챗을 하면서 종종 듣는 질문이다. 잘못된 채용은 회사에, 특히 인원규모가 적은 스타트업에는 돈과 시간에 있어서 굉장한 위협이 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순간적으로 멈칫하게 된다. 질문하는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곤란한 이야기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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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에서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a. 아직 연차가 적거나, 면접 경험이 적은 사람
b. 이미 충분한 직장 경력을 가졌고 리더의 자리에 있음에도 면접에서 제대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
둘 중에서 a는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어딨냐고 말해주고, 어떻게 하면 면접에서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점에 유의해서 보면 좋은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준다. 마지막에는 ‘면접관으로서의 경험이 쌓일 수록 사람을 보는 안목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b다. ‘면접관으로서의 경험이 충분히 쌓였으나 여전히 사람을 보는 안목이 적은 사람들’이다. 특히 그 사람이 회사의 대표 혹은 조직을 운영하는 주요 자리에 있는 리더라면 더욱 문제가 된다. 왜 그럴까.
한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평소에 같이 일하는 사람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사람을 보는 안목이 없는데 면접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알아보는 것이 가능할 리가 없지 않은가.
면접이라는 상황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같이 일하는 사람, 혹은 같이 일했던 사람’ 중에 일을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떠올려 보라고 하면 된다. 만약 아직 실력있는 사람들과 같이 일해본 경험이 적다면, 면접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본인이 믿을 수 있는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서 그런 사람들을 만나보라는 이야기를 해 준다.
그러나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 자체가 부족한 사람, 나아가 그러한 안목이 자신에게 없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면접을 통해 어떻게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가?’를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설령 우연히 좋은 사람을 뽑았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채용은 새로운 시작일 뿐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팀에 속한 사람들의 면면을 파악하지 못하는 한 아무리 좋은 재료를 가지고 있더라도 맛있는 요리를 완성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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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은 자신에게 ‘사람을 보는 안목이 없다’는 것을 ‘면접을 통해서 누군가를 알아본다는 것은 원래 불가능하다’고 자기합리화를 하는 것이다.
원래 불가능한 것이라 생각하면 개선할 수 없다.
그 상태에서는 면접을 통해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려는 노력을 덜 하게 된다.
일단 뽑고, 같이 일하면서 파악하려 한다.
그렇게 채용하면 잘못된 사람을 채용할 확률이 높아진다.
우연히 잘 하는 사람을 채용한 경우에도 금방 놓치게 된다. 그 사람이 조직에 안착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만이 남는다. 그 사람들은 정말로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그 리더와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일 뿐이다.
많이 채용하고 많이 내보내는 일이 반복된다.
그러한 경험을 한 사람들, 특히 실력있는 사람들은 ‘그 회사 어땠어?’라는 질문을 받으면 안 좋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당연히 시간이 지날 수록 좋은 사람을 채용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그러면 면접을 통해서 제대로 된 사람을 알아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 시간이 지날 수록 ‘면접을 통해서는 사람을 알아볼 수 없다’는 자기암시가 강화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면접을 통해 사람을 알아보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 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머뭇거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숙련된 면접관이라 하더라도 면접을 통해서 100% 올바른 판단을 할 수는 없다. 한 번이라도 같이 일해보기 전에는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면접을 통해서는 알 수 없다’고 생각해 버리면 답이 없다.
재미있는 것은 ‘면접으로는 알 수 없다, 시간 낭비일 뿐이다!’라고 말하는 사람 중에 누군가를 채용할 때 면접을 생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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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모든 ‘좋은 리더’는 채용에 진심이었다.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알아보고 팀에 끌어들이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했고, 잘못된 판단으로 팀에 불러서는 안될 사람을 채용했을 때 누구보다 반성하고 개선방법을 찾았다. 면접은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
그들은 좋은 면접관 이전에 실력있는 리더였다. 같이 일하는 사람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필요한 역할을 주고, 한 단계 더 팀이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직 팀 안에 없는 그런 사람들을 외부에서 끌어들이기 위해서 노력했다. Risk도 감수했다. 완벽한 사람이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와 함께 하고 싶은가, 그것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