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있는 일을 의심해보자.
회사를 다니다 보면 꽤 많이 발생하는 현상이 있다.
많은 구성원들이 굉장히 오랜 시간 헌신적으로 일한다.
그 업무 가운데 전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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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비효율성을 낳는 예시는 얼마든지 많다.
리소스-Impact 비율
모든 일이 중요하다고, 모든 것이 ASAP라고 하는 회사가, 대표님이, 리더가 많다. 그러나 하면 도움이 되는 일과 우선적으로 해야하는 일은 다르다.
가로축에는 리소스를,
세로축에는 Impact으로 축을 만들고
자신이 하는 업무 각각을 점으로 찍어보자.
리소스와 Impact 사이에는 일정한 비율이 존재해야 한다. Impact이 작더라도 투입해야 하는 리소스가 현저히 더 적다면 그 업무의 우선순위는 올라간다. 반대로 아무리 Impact이 크더라도 필요 이상의 리소스를 투여해야 하는 일은 우선순위가 내려간다. 물론 어느 정도의 리소스가 필요할 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의 Impact이 발생할 지를 사전에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일을 하는 자신은 계속해서 그것에 대해서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결과를 리뷰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업무가 개선된다.
서로 상충하는 업무
두 사람이 열심히 줄을 당기고 있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한 명은 오른 쪽으로 당기고,
다른 한 명은 왼 쪽으로 줄을 당긴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줄을 당기고 있는 두 사람은 엄청나게 힘들게 일하고 있지만, 회사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제자리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두 사람은 계속해서 줄을 당기고 있는가.
대표나 팀장이 제대로 조율을 못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동안에는 발전이 없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팀에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자기자신이 이해해야 한다. 다른 동료가 하고 있는 일을 살피고, 궁금한 것은 물어보고, 상충되는 일이 있을 때는 손을 들어 적극적으로 이슈레이징을 하고, 상충되는 업무는 스스로 조정해 나가야 한다.
업무 순서
컵에 자갈과 모래를 넣을 때는 자갈을 먼저 넣고 나서 모래를 넣어야 한다. 그 반대로 하면 얼마 넣지 못한다. 청소를 할 때는 위에서 아래로 치워나가야 한다. 바닥부터 치우고 위를 정리하기 시작하면 바닥을 다시 치워야 한다. 스테이크를 구울 때는 고기에 소금을 먼저 뿌린 후에 일정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야채를 손질하는 것은 그 다음에 하면 된다. 그렇지 않고 야채부터 손질한 뒤에 고기를 꺼내면 소금의 염분이 고기에 침투하는 시간을 다시 기다려야 한다.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어떤 순서로 진행하는지에 따라 업무 효율이 크게 변경된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고생만 죽어라고 하는 셈이다.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하는 일 vs. Ad-hoc으로 처리할 일
반복되는 업무는 시스템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낫다. 매번 CSV파일을 다운받아서 엑셀이나 스프레드에 넣고 있다면 자동으로 데이터를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낫다. 피벗이 안 되는 형태로 데이터를 쌓으면 월 매출, 분기 매출, 전년 동기와의 비교(YoY)와 같이 보고 싶은 뷰가 바뀔 때마다 데이터를 재가공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반면에 모든 업무를 프로세스화하고 자동화하려고 노력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이 없다. 업무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는데는 일정한 시간과 고민이 필요하다. 모든 업무를 개선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투여해서 프로세스를 개선했을 때 기존에 했던 방식보다 큰 폭의 개선이 예상되는 일, 그러한 업무를 개선해야 한다.
안해도 되는 일.
조직에는 안해도 되는 일이 많다. 정말이다. 특히 정기적으로 자료를 취합하여 모든 구성원들에게 공유하고 있는데 정작 그것을 받은 사람은 감흥이 없는 경우다. 내가 한 업무가 다른 사람의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게 발생한다. 그럼에도 그 업무를 하고 있는 이유는 그 업무를 이전부터 계속 해왔다는 이유 그것 하나뿐이다.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한 주 안해보는 것이다. 만약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 팀에도 별 일이 없다면, 다음 주에도 그 다음 주에도 특별한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 업무를 없애자고 팀에 제안할 수 있겠다.
한 두명이 요청할 수도 있다. 그러면 그 사람에게 자신이 작업한 내용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하는지를 물어보자. 그것이 납득 가능하면 계속 기존의 일을 하면 된다.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이해했기 때문에 훨씬 더 보람찰 것이다. 반대로 ‘그냥 궁금해서요’ 같은 답을 얻었다면 그 업무를 그냥 종료하면 된다. 추가적인 Action으로 연계되지 않는 업무들은 궁금한 사람이 직접 찾아보게 하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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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적은 것 외에도 회사에서 하는 업무에는 정말로 불필요하거나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 많다. 계속해서 시간을 투여하려고 하지 말자. 일시적이라면 모를까 1년 365일 내내 그렇게 일하면 좀비처럼 된다. 단순히 투입량을 늘려서 대응하는 것이 장기적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는, 그렇게 해서는 시간당 효율성이 계속해서 떨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아래의 질문이다.
업무를 개선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찍 퇴근하고 싶어서?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
업무를 계속해서 개선해야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해야 자신의 시간을 좀더 가치가 높은 일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고, 정말로 풀어야 할 문제를 찾는데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동료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관찰하고, 대화하고, 좋은 점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일이 재미있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