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후 6개월, 재정비의 시간.
떠났던 회사로 돌아온 지 6개월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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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의 시간 동안 가장 많이 떠올린 것은 떠났던 이유와 돌아온 이유였다. 2022년 5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회사는 굉장히 위험한 시간을 거쳐갔다. 매월 적자는 7억원을 넘었고, 런웨이는 빠르게 줄어들었고, 추가 투자는 불가능했다. 회사의 상황을 모른 채 합류한 것은 아니었지만 ‘머리’로 알고 있다고 해서 ‘몸’이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고를 때 재무적 안정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충분한 투자금을 가지고 있거나 이익을 내고 있는지, 안정된 BM을 가지고 있는지를 꼼꼼하게 따진다. 하지만 그런 회사에는 ‘절박함’이 없는 경우가 많다. 변화를 두려워한다. 손아귀에 움켜진 것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미 검증된 성공 방정식이 있어서 올라타기만 하면 되는 회사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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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의 시간 동안 구성원들과 굉장히 몰입해서 일했고, 멤버십을 런칭했고, 회사는 BEP를 넘기게 되었다. 혹자는 그냥 기존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한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일’이란 것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프리챌의 사례를 꽤 많이 참고했고, 그 실패를 바탕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했다.
매번 느끼는 것인데 목표를 설정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고, 돌파구를 찾고, 그러다가 마침내 성공하게 되면,
‘딱 한 주 정도’ 기쁘다.
산을 오르는 것과 비슷한데, 숨이 찰 만큼 가파른 길을 넘어 마침내 정상에 도달하면 또 다른 봉우리가 보인다. 길은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여기서 선택이 갈린다. 해냈다는 것에 안도하는 사람이 있고, 다시 길을 떠나는 사람이 있다. 어느 것이 더 좋은 삶인가, 옳은 삶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언젠가는 우리 모두 죽기 마련이고, 그 시간을 어떻게 쓸 지는 온전히 자신에게 달렸기 때문이다. 다시 길을 떠나는 것이 훨씬 더 멋진 인생 같지만, 다음 단계는 늘 이전보다 어렵다. 지금까지의 성공 방정식을 모두 깨부셔야 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 모두는 어느 순간 멈춰야 한다. 영원히 계속 올라갈 수는 없다. 따라서, 계속 길을 가기로 했다면 그 이유가 있어야 한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회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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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의 시간을 보낸 후 다시 돌아온 회사는 많은 지표들이 무너져 있었다. 방향성은 모호했고, 이해하기 힘든 조직개편이 있었고, 많은 리소스를 들여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은 성과를 보이지 못한 채로 끝났다. 회사가 반드시 잡아야 하는 사람들이 이탈했고, 남은 사람들도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같이 만들어낸 것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대로 마무리짓지 않고 혼자서 회사를 나왔다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만약 계속 남아서 동료들을 설득했다면 어땠을까. 정말로 나는 최선을 다했던 것이 맞는가. 변화보다는 안정을 원한다고 섣부르게 판단했던 것은 아닌가. 정말로 할 수 있는 데까지, 후회가 남지 않을 만큼 해 보았는가.
여러 회사를 다녔지만 떠났던 회사를 돌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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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났던 회사로 복귀한 지 6개월이 지났다. 방향성과 우선 순위를 재정비했고, 변화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시간을 보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꽤 많은 동료들과 이별했다.
지표는 모두 예전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전해지는 것도 있고, 전해지지 않는 것도 많다. 변화의 과정은 꽤나 힘든 것이기도 하고, 우리 각자는 매우 다른 경험과 가치관을 가진 존재인 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하나로 일치되지 않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서운함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다시 돌아와서 즐거운가. 다시 돌아온 것은 옳은 결정이었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죽을 때까지 알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동시에 두 가지의 평행우주를 경험할 수도 없다. 어떤 결정을 하든 후회가 남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선택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생각하고, 실행하고, 다시 생각한다.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산다.


'딱 한 주 정도’ 기쁘다,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책을 만들고 세상에 내놓을 때에, 책이 잘 팔리면, 한 주 정도 기쁘다가 또 새로운 책을 만들어야 하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시지포스의 신화 이야기를 자주 하나봅니다.
하지만, 산에 오를 때 그리고, 오르고 나서 잠시 숨 고를 때의 잠깐 동안의 그 기쁨이 계속 일을 지속시켜주는거 같습니다. 연말,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랜만에 받아본 다이버시티 메일이라 후다닥 달려왔습니다 ㅎㅎ 벌써 6개월이나 지났군요, 시간이 참 빠르네요.
연말 마무리 잘 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