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과 의사결정
같이 의논하고 한 명이 결정한다.
1. 위임이란?
위임은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업무의 결정 권한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다. 위임을 받은 사람은 자신이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 만약 어려운 이슈가 발생하면 위임을 준 사람에게 의견을 물은 후 결정하게 된다.
왜 그냥 리더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가?
첫째,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결정 권한이 한 명에게 집중되면 그 사람에게 업무의 과부하가 걸린다. 자연스레 의사결정의 속도가 느려지고 정확도도 떨어진다.
둘째, 위임을 함으로써 상위 조직장은 좀더 어려운 결정에 자신의 리소스를 쏟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건의 대처는 팀원에게 맡기고, 자신은 그러한 업무가 반복되는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때가 많다.
셋째, 어떤 결정은 위임을 받은 사람이 더 잘 결정할 수 있다. 어떤 사람도 모든 영역에서 최고일 수는 없다. 자신이 잘 모르는 영역에 대해서는 직급과 관계 없이 자신보다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의 의견을 끌어내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2. 각자가 스스로 결정하는 비율이 높아져야 한다
위임을 받은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1) 자신이 결정한다
2) 위임을 준 사람에게 물어본다
1번의 비율이 2번보다 훨씬 더 높아야 한다. 위임을 주었는데 매번 자신에게 확인을 요청한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위임받은 사람의 역량이 떨어지거나, 아니면 위임을 한 '나'의 결정이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위임 초기에는 물어보는 빈도가 높을 수 있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결정하는 비율이 높아져야 한다.
3. 위임의 핵심은 '방향'이다
회사의 방향, 가치, 원칙. 어떤 용어라도 상관없다. 회사가 무엇을 지향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가 확실해야 위임을 받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회사의 방향이 명확하지 않고 매번 다른 결정이 내려지면 어쩔 수 없이 계속 차상위 매니저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위임을 도입한 이유가 사라진다.
그러나 '방향'은 회사로부터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위임을 받은 사람들은 회사의 방향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해되지 않으니 자신은 결정할 수 없다, 자신이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회사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위임하는 문화가 정착하지 못한다.
회사는 구성원에게, 구성원은 회사에게 묻고, 다가서야 한다. 어느 한 쪽의 의무가 아니다.
4. 수평문화는 모두가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견을 낸다고 반드시 자기 의견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여러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자의 생각은 다르기 때문에 언제나 모두의 의견이 통일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각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장이 가장 마지막까지 말을 아낄 필요도 없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먼저 말하고 팀원의 의견을 들어도 된다. 분명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팀원들의 의견을 하나씩 떠보는 것은 대단히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팀장이든 팀원이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직급을 떼고,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으면 된다.
이것이 수평문화의 기본이다.
모두에게 자유롭게 발언권을 보장하는 이유는 회사가 직원을 배려하기 위함이 아니다. 다양한 의견과 관점을 듣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5. 결정은 한 명이 한다
의견을 듣고 나서 결정은 한 명이 한다. 만장일치도 아니고, 다수결도 아니다. 왜 결정을 한 명이 해야할까?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다. 모두가 같이 결정하게 하면 사람들은 자꾸 타협을 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나중에는 처음 발의된 의견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 되고, 실패했을 때 그 이유를 찾기도 어려워진다. '책임을 지운다'고 하면 굉장히 부정적일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 책임을 기반으로 하는 실행 권한을 그 사람에게 준다는 것
- 의미있는 실패를 인정한다는 것
- 반복된 실패를 하는 사람의 의견은 앞으로의 의사결정에서 덜 중요하게 간주된다는 것
책임과 권한이 부여되고, 이러한 스트레스를 감당하면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을 찾고, 그 사람이 가장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누가 어떤 결정을 했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6. 그 한 명은 누구인가?
리더는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누가 결정할 지를 결정하는 사람'이다.
유능한 리더일수록 자신이 결정할 부분과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부분을 잘 판단한다. 특히 자신보다 해당 영역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이 있는 경우, 그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
회의 중간에 어느 시점에서는 이 사안의 결정을 누가 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 좋다. 의견을 낼 때 그 일을 직접 진행할 사람의 마음가짐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7. 위임은 언제라도 회수될 수 있다
위임을 받은 사람이 천하를 얻은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부여된 위임은 언제라도 회수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 사안이 정말로 중요해졌을 때
- 위임을 받은 사람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리더가 판단할 때
위임은 언제라도 회수될 수 있다.
위임회수가 남발되면 사람들은 익숙해져 버린다. 반대로 필요할 순간에도 위임회수를 망설이면 회사가 골로 간다. 따라서 본인이 결정할 것인가, 위임할 것인가, 그리고 계속 지켜볼 것인가, 아니면 위임을 회수할 것인가의 판단을 리더가 해야 한다. 그러한 의사결정의 디테일이 성패를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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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실수로 무너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의사결정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좋은 의견이 채택되는 확률을 높이지 못하는 회사는 살아남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