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고 싶은가.
회사에 복귀한 지 두 달이 되었다.
첫 한 달 동안 조직개편을 하고 기존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떠날 사람과 이별하는 등 정신없이 보냈다고 한다면 그 다음 한 달은 오버페이스했던 몸과 마음을 다잡고, 떠나 있었던 1년 반 동안에 벌어졌던 일들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방향성과 실행계획을 점검하는 시간을 보냈다.
무슨 복안을 가지고 있습니까.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건, 새로운 팀을 맡건 사람들이 항상 내게 묻는 말이다. 새로운 리더가 왔을 때 팀원들을 항상 비전이나 방향성, 실행계획 같은 것을 묻는다. Day 1에 말이다.
그런 거 없는데요.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실망한다. 새로 합류한 리더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했던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합류했기를 바라는 마음, 그 해답(the recipe)을 듣고 싶어하는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day 1에 어떤 ‘답’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회사 밖에서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회사 안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답을 잘 알 수는 없다.
어떤 ‘답’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합류한 것이 아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답을 찾을 생각이란 말을 한다.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고,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하고,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말이 있다면 이런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 왜 있나. 어떻게 일하고 싶나. 누구와 같이 일하고 싶은가.
직장 생활 동안 여러 회사를 다녔지만 한 번 떠났던 회사에 돌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꽤 많은 사람들은 왜 돌아왔는지를 묻는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도 답해보고, 저렇게도 답해보고 있다. 대충 둘러대거나 거짓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정말로 내 마음을 알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결정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이해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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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떠나 있던 1년 반의 시간 동안 꽤 많은 스타트업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나눴다. 돈을 받고 컨설팅을 한 적도 있었고, 받지 않고 한 적도 있었고, (이상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돈을 지불하며 한 적도 있다.
내게 무엇인가를 묻는 사람들이 내가 했던 실수들을 반복하지 않았으면 했다.
올해로 25년째 직장인으로서 살고 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것들도 있지만 성공이나 실패의 경험을 통해서, 그리고 그러한 일들이 왜 일어났는지 돌아보는 과정을 통해서 바뀐 것들도 꽤 많이 있다.
만약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그런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했다. 돈을 받거나, 받지 않거나 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혹자는 돈을 받지 않고 하는 모든 종류의 활동은 의미가 없는 거라 하지만, 그리고 실제로 돈을 받지 않고 뭔가를 했을 때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분명하다면 각자의 길을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런웨이를 정확히 계산하고,
팀빌딩을 하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구성원의 강점과 한계를 이해하고,
회사의 상황을 솔직하게 말하고,
결정할 것은 결정하고,
데이터를 보되 직관을 믿는 것.
커피챗을 하면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3-4시간을 하면서, 그리고 오피스에 직접 들어가고 같이 회의를 하면서 관찰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속에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나의 한계로 인해 그것이 전해지지 않았을 수는 있었겠지만, 그렇게 같이 한 시간이 그 시간을 같이 한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다만 실제로 무엇인가를, 소중한 누군가를 잃기 전에는 정말 중요한 것들은 전해지지 않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 때는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또 그 사람이 감당할 삶의 무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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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복귀한 지 두 달.
아이러니컬하게도 두 달의 시간 동안 가장 많이 한 것은 ‘내가 왜 돌아왔더라?’하는 것이다. 숫자를 들여다보고, 진행되었던 일을 살피고,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 속에서 ‘떠났던 이유’가 하나씩 기억이 났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 누구와 같이 하고 싶은가.
이런 질문들은 누군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자신 말고는 답할 수가 없다. 보상에 움직이는 사람, 지위에 움직이는 사람, 재미에 끌리는 사람… 어떤 것이 옳은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그 시기에 가장 갈증을 느끼는 부분이 따로 있다. 다른 사람이 답해줄 수는 없지만, 혼자서 그 질문에 답할 수도 없다.
자신이 가진 갈증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맞이하는 것, 그것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피해갈 수도,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도 없다.
그러나 그 길을 혼자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가 자신의 결정을 하더라도, 그러한 고민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훨씬 더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다. 힘을 낼 수가 있다.
회사는 그러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